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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펀글] 이미지 메이킹

07.08.2009, 쇼를 하라, by .

실제 모습은 물론 중요하다. 그러나 이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자신이 타인에게 ‘어떻게 보이느냐’는 것이다. 특히 대규모 조직을 이끌고 있는 CEO들의 경우엔 구성원들 개개인이 직접 CEO를 만나서 대화를 나누면서 속속 들이를 알 수는 없는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어떻게 타인에게 비추어지고 있는가는 실상 못지않게 중요한 부분이다. 어쩌면 타인에게 비추어지는 이미지 그 자체가 실상 보다 더 중요할 수도 있다. 이런 점에서 CEO들은 ‘실속이 중요하지 겉모습을 필요하지 않다’는 고정관념을 벗어날 필요가 있다.



예를 들어, 대통령이란 자리를 생각해 보자. 일반인들이 대통령을 만날 수 있는 가능성은 거의 없다. 그렇다면 대통령은 자신이 언론을 통해서 만들어지는 이미지 그 자체가 실상이 되어 버린다. 근래에 노무현 대통령의 경우에는 좀 더 정교한 이미지 메이킹 작업이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아 있다. 왜냐하면 실제 고민하는 모습은 사람들의 머리 속에 그려지지 않고 파격적이고 예상할 수 없는 것과 같은 다소 부정적인 이미지가 후기로 갈수록 강해지기 때문이다. 물론 이미지 메이킹의 최종 책임자는 당사자이지만 ‘내가 어떻게 타인들의 눈에 비춰질까’라는 질문을 집중적으로 던질 수 있었다면 지금보다 휠씬 더 나은 이미지를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잠바 차림을 한 대통령이 재래 시장이나 연구소, 생산 현장 그리고 전방 초소들을 누비는 장면들이 TV나 신문을 장식하고 절제된 언어가 뒷받침이 되어주었더라면 이미지 메이킹이란 관점에서는 도움이 될 수도 있었을 것이다.

CEO들의 경우에는 소비자라는 대중에게 그리고 조직의 구성원들에게 실상 만큼 이미지로 다가서게 된다. 예를 들어, 애플 컴퓨터의 창업자인 스티븐 잡스라는 인물을 머리 속에 떠올려 보자. 어김없이 샌프란시스코의 ‘맥 월드 엑스포‘에서 자신의 신제품을 자부심 가득찬 모습으로 열심히 설명하고 있는 광경이다. 빌게이츠나 스티븐 잡스라는 두 명의 CEO가 곧바로 ‘혁신가’라는 단어와 동의어로 비추어진다. 이 같은 이미지의 창조는 CEO 자신에게도 영광이지만 동시에 기업의 제품 홍보에도 측정할 수 없을 만큼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스티븐 잡스가 아이팟과 핸드폰을 조합한 신상품 ‘아이폰’을 선 보인 2007년의 모임에 참석한 전자신문의 김화수 기자는 ‘우리 CEO도 이젠 ’쇼‘를 하자’라는 제목의 글에서 다음과 같이 말한다.

“실력이 중요하지 포장이 뭐 중요하냐는 반문도 있다. 하지만 포장도 실력이다. 실제 비즈니스 현장에선 실력 이상의 효과도 거둔다. 우리 CEO들이 CES의 기조연설자로 나와 ‘쇼’를 하고, 청중과 농담을 주고받으면서 미래를 제시하는 장면을 하루빨리 보고 싶다.”


핵심은 이미지의 창조라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우리는 지나치게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삼가도록 교육을 받아왔다. 그리고 실상이 중요하지 겉 포장을 그다지 중요하지 않을 것으로 여겨왔다. 하지만 이미지를 소비하는 시대에 이미 우리는 살고 있다. 언젠가 미래학의 대부인 하와이대학의 미래전략센터의 소장인 짐 데이토 박사는 한 인터뷰에서 이런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석탄이나 석유가 아니라 상상력과 이야기(story)가 생산자원이 된다는 뜻이다. 모든 상품은 이야기와 이벤트가 첨가될 때만 가치를 갖게 된다. 내 아들 얘기를 해볼까? 아들은 나이키 운동화에 미쳐 있다. 그 운동화를 신으면 자신이 마이클 조던이 된 줄 착각한다. 상품너머의 이미지를 t하기 때문이다. 헬로 키티(고양이 캐릭터)며 렉서스(도요타의 고급자동차 모델)도 마찬가지다 품질 좋은 신발과 인형, 자동차는 얼마든지 널려 있다.하지만 기가 막힌 덩크 슛, 귀여운 웃음, 성공한 사업가 이미지는 다른 상품으로 대체하기 힘들다.”

물론 실력 위에 이미지가 구축되는 것이 정상이고 바람직하다. 하지만 실력보다 휠씬 막강한 이미지를 구축하는 경우도 찾아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안철수연구소의 안철수 현 의장 을 보자. 외형이라고 해야 중견기업에도 미치지 못하는 기업이다. 그러나 그가 해외에서 공부하는 것 자체가 화제가 되고 그가 말하는 것 자체가 신문에 대설특필된다. 물론 안철수 씨는 스토리가 있다. 안정적인 치과 의사를 박차버리고 컴퓨터 백신을 만들어 낸 기업에 뛰어든 것 자체가 스토리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의 이미지는 젊고 유능하며 도전적인 기업가이다. 그러나 외형이나 이익이란 면에서 그보다 휠씬 큰 기업들이 즐비한 속에서도 그의 일거수 일투족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많고 정치권에서도 끊임없이 러브콜이 가는 경우는 드물다. 그는 의도적으로 노력하였으리라고 보지 않지만 원칙에 충실하면서 정직하고 도전적인 기업인의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성공한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이미지 메이킹을 생각할 때면 떠오른 또 한명의 인물은 삼성그룹의 이건희 회장이다. 이건희 회장은 기본적으로 성적표를 통해서 자신의 입지를 확고히 구축한 인물이다. 경영자에게 성적표 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창업자에게서 사업을 물려 받은 다음에 그는 확실히 자신이 능력 있음을 입증하는데 성공하였다. 하지만 그가 규모가 큰 대기업을 이끄는 인물로서만 머물렀다면 오늘날과 같은 영향력을 발휘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실제로 그는 외부에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는 은둔형 혹은 현자형 CEO 모습으로 비추어진다. 그러나 과묵한 속에서 적시에 조직과 사회를 향해 던지는 메시지는 날카롭고 대단히 직관적이고 시사적이다. 한마디로 화두를 던지면서 임직원들로 하여금 고민토록 한다는 점이다. 동시에 사회의 구성원들로 하여금 한번 쯤 자신과 사회의 문제를 깊이 생각해 보는 계기를 제공하게 된다. 1993년의 신경영으로부터 시작해서 일정한 간격으로 그의 메시지를 계속되고 있다. 올해의 화두는 창조경영이다. 과묵한 속에서 자신의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음에도 마치 선문답처럼 짧은 메시지를 통해서 선지자형 CEO라는 이미지를 강하게 구축해 내는데 성공한 인물이라 할 수 있다.


또 한명의 인물은 유한킴벌리의 문국현 사장이다. 그에 대한 평가는 사람에 따라서 다를 수 있다. 그러나 그는 사회 문제즉 시대의 고민꺼리를 기업도 고민할 수 있음을 가르쳐주는 CEO라는 인상을 주변 사람들에게 강하게 구축하는데 성공하였다. 물론 기업이 자기 기업만 제대로 운용하면 되지 시대의 문제까지 고민할 필요가 있는 가라고 자문하는 사람들이 있을 수 있지만 자신의 이미지 메이킹을 통해서 ‘시대와 과제와 함께 고민하는 기업’의 이미지를 구축함으로써 사회적인 영향력을 가진 인물 가운데 한 사람이다.


자신의 분야에서 확고하게 이미지를 구축하는데 성공한 CEO들을 보게 되면 몇 가지 방법에 대한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우선 자신의 분야에서 확고한 성과를 내야 한다. 신화라고 표현할 수 있을 정도로 성과를 낼 수 있을 때만이 대중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 자기 앞가름을 채릴 수 없는 사람은 어떤 종류의 이미지 메이킹도 모두 허사이다. 그 다음으로 필요한 것은 원칙 중심의 삶이다. 타협하지 말아야 할 부분과는 타협해선 안된다. 그 다음에 필요한 것이 절제된 언어와 바깥 세상에 자신이 제대로 비추어지도록 노력을 더하는 일이라 생각한다. 이미지는 실력 위에 구축될 때만이 오래 계속될 수 있다.


[출처][작성자:공병호   기재지 : Two Chairs   기재일 : 2007-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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